한반도의 구석기인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2022. 6. 1. 19:14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선사시대부터 고조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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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구석기인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구석기는 뗀석기를 사용한 시기로 한반도에 살던 사람이 의식적으로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시기였습니다. 즉, 구석기 시대가 있었다라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도 인류가 한반도에 있었다는 것은 의미합니다. 그 예로 슴베찌르개, 주먹도끼, 화살촉같은 유물과 더불어 인골로 발굴되었는데 바로 승리산인, 용곡인, 역포인, 흥수아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 이들의 피가 과연 현대인들에게 전해졌을까하는 의문점이 드는데요. 이 땅에 현생인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만 년 전이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에 발표된 ‘아프리카 기원론’은 말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기원론은 1987년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발표한 것으로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태어난 이후로 약 6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를 시작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2만 년 전에 아시아로 이주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는 약 7만 3000년 전 현생인류가 살았다는 논문이 나왔고 대만 해역에서는 연대가 최대 19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현생인류 조상의 턱뼈가 나왔습니다. 

흥수아이는 우리의 조상이었을까.

따라서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인류의 기원입니다. 그것은 한반도에 살았던 오래된 인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구석기 시대가 있었고 현생인류인 승리산인, 역포인, 흥수아이가 발견되었지만 이들이 우리와 관련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보다 앞서 고인류도 한반도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그러던 2002년 4월에 함북 화대군 석성리의 5개의 화산용암 속에서 여자와 미성년, 어린이 등 3인의 머리ㆍ골반ㆍ대퇴ㆍ팔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고인이 출현한 발생지 중 하나로 부각되게 되었으며 약 30만 년전의 것으로 판명된 이 화석은 화산용암 속에서 발견된 첫 번째 인류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인류화석을 찾는다면 스페인에서 발견된 아토푸에르카가 약 30만 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중국에서는 13만~18만 년 전의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한편 인골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구석기 유적지가 발견되기도 하였으니 평양시 상원군 흑우리에서 발견된 검은모루동굴유적과 충북 단양 금굴의 유적으로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70만 년 전, 즉 전기 구석기 사람들이 이 땅에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검은모루동굴 유적지는 1966년 석회석을 채광하다 발견한 것으로 29종의 동물화석과 구석기인의 타제석기가 발견되었는데 이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먼저 구석기 유적이 발견되었고 이를 토대로 일본은 식민사관을 조장하기 위해 한국에는 구석기가 없다고 한 것을 뒤집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구석기 유적지인 검은모루동굴 일대

또한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된 만큼 이것을 사용한 호모에렉투스 역시 한반도에 살았을 것입니다. 이들이 한반도에 정착한 것은 약 70만 년 전에서 100만 년 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닙니다. 현인류는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 땅에서 발견된 호모에렉투스의 인골이 없으니 아직은 물음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호모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했던 시기가 있었고 따라서 이들 간에 유전적 결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곡리를 예를 들자면 30만 년전 에렉투스 유적부터 2만 년 전의 유적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전곡선사박물관의 한 학예사가 밝히기도 했는데요. 사피엔스의 유적에서 에렉투스 계열의 석기가 확인된 것으로 봐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를 해볼 만한 문제인 것입니다. 이것을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는 DNA를 추출하여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지만 한반도의 대부분 토양이 산성인지라 인골이 쉽게 분해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발견된 유골에서도 현 기술로는 DNA를 뽑아내기는 힘들고 ‘흥수아이’마저 구석기 인골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된 상황입니다. 어찌되었든 승리산인, 흥수아이같은 유골이 호모 사피엔스라 할지라도 학자들은 구석기인들이 우리민족의 형성에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보고 신석기 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기틀이 다져진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석기 때나 청동기 때 북방에서 사람들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정착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수많은 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재현된 한반도의 호모사피엔스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는 70만 년 전부터 1만 년전 사이로 보고 있으며 어떠한 모습으로 살았는지는 문자가 없으니 당연히 기록으로는 알 수 없으나 당시의 유적이나 유물로 모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 출토된 인골 중 가장 오래된 인골은 역포인으로 약 10만 년 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뗀석기유물은 50만 년 전의 것도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역포인은 뗀석기로 먹거리를 해결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진 그 시대의 유물로는 자르는 용도의 주먹도끼, 가죽이나 나무껍질을 벗기는 긁개, 나무 자루에 꽂아 창처럼 쓰는 슴베찌르개 등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럼 역포인도 주먹도끼로 찍거나 슴베찌르개를 나무자루 위에 달아 뛰어다녔을까요. 1977년 평양시 역포 구역 대현동에서 발굴된 역포인은 7~8세 정도의 여자아이로 추정됩니다. 그리하여 역포인이 성인이 되었다면 하였을 역할에 대해서는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역포인이 발견된 곳은 동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짐승뼈들이 발견되어 당시 사냥이 중요한 생계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코끼리나 코뿔소같은 큰 짐승의 뼈도 발견되었다고 하니 현재의 한반도와 당시는 자연환경이 많이 달랐을 것이고 이런 큰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냥은 안정적인 생계유지수단은 아니니 만큼 다른 경제활동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것은 열매를 따거나 식물의 잎, 뿌리를 캐는 것이었고 이러한 채집경제 또한 농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당시에 한 곳에서 마냥 채취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추위와도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들은 이동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굴은 어느 곳에서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동굴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구석기인들은 강가에 막집을 짓고 살았고 전곡리 유적지가 한탄강 주변에, 석장리 유적이 금강 근처에 위치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또한 당시는 성별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달랐을 것입니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맹수로부터 무리를 지키는 업무를 하였을 것이고 여자는 임신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채집을 주로 했을 것입니다. 성별에 따라 하는 역할에 차이는 있었지만 차별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각자의 신체의 조건이 맞게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석기 시대는 서로가 돕는 사회로 이러한 무리 가운데 지도자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쥐고 군림하는 존재는 아니었고 많은 경험과 지혜로 사람들을 이끌었을 것입니다.

EBS에 방영된 한반도 매머드 모습

만약 구석기 시대의 무리들이 이동생활을 하다가 매머드같은 큰 짐승을 만나면 지도자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추운 곳에서 사는 털쟁이 매머드가 한반도에 살았을까 싶지만 함경도에서는 매머드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만 년 전에는 서해안이 육지였고 일본과도 연결되었을 만큼 해수면이 낮았습니다. 이것은 당시 지구의 기온이 한랭하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매머드와 그 시대 인류가 마주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미지로는 지도자의 지휘 아래 많은 사람들이 매머드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돌을 던지고 창을 날렸을 것 같지만 아마도 큰 포유동물을 피해 무리를 보호하는 결정을 하였을 것이고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를 찾아다니는 생활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무리를 보전하는 길이니까요. 아마 역포인, 승리산인, 만달인 등 이 땅에 살았던 구석기인들도 이러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요. 전해지는 기록이 없는 시대이니 고고학자나 사람들이 머리 속에서 그려내는 모습으로 그 시대를 가늠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확실치 않아 의문이 많은 것이 구석기 시대이지만 연구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데요. 언젠가는 한반도에 살던 인류에 대해 더 나아가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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