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이 된 신라의 미소 얼굴무늬수막새
2022. 6. 26. 21:27ㆍ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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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아시다시피 기와집이나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기와나 초가집이라 부르는 이유는 지붕을 잇는 재료에 따라 그렇게 나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기와집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삼국시대 초기에 이미 기와를 만들어 지붕을 이었다고 합니다. 이 기와라는 것은 지붕을 잇는데 쓰는 것으로 기와는 빗물을 흘려버려 물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상들은 빗물이 흘려보내서 물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양에 대해 궁리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물결모양의 파상형이나 원형, 반할, 3할, 반월형 등을 주로 제작,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와의 종류에는 암기와와 수기와가 있으며 바닥에 까는 넓은 것은 암기와, 위에 덮는 좁은 것은 수기와라고 부릅니다. 암기와를 지붕에 깔고 수기와를 덮으면 기왓골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기왓골로 빗물이 흐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끝의 수새가 잘못되면 서까래 끝에 물기가 스미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수막새와 암막새입니다. 그리고 암-수막새를 옛사람들은 당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옛날에 비나 추위, 더위를 막기 위한 기와 제작은 꽤나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옛날에도 백제에는 와박사라는 직업이 있어 이 사람들은 기와를 만들도록 했을 정도니까요. 뿐만 아니라 신라의 막새들만 무늬별로 분류해도 천 여 종류가 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구려, 백제의 것도 있고 이게 제각기 다르니 지붕의 모양새에도 선조들은 엄청 신경을 쓴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막새는 예전 집의 지붕을 꾸미던 건축 부자재 쯤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조상들은 이러한 것에도 선조들의 세세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그런 조상들의 땀을 알았는지 지난 2018년에는 신라시대의 한 수막새가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바로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수막새입니다. 특히 기와가 단독으로 보물로 지정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이 경주 얼굴무늬수막새라고 하는 이 수막새는 1934년 일본인 다나카 도시노부가 골동상품점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국내로 1972년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특히 이 수막새는 손으로 직접 빚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탕흙을 채워 전체형상을 만든 뒤 도구를 써서 세부표현을 한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수막새는 오른쪽 아래부분이 조금 없어졌는데요. 그리하여 신라 장인의 손길이 닿아있는 이 오묘한 미소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지금까지 알려진 삼국시대의 유일한 얼굴 수막새라고 합니다.
이 경주 얼굴무늬수막새는 도톰한 입술과 시원한 눈,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려온 콧날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 띨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옛날 신라인의 모습을 담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름이 11.5cm로이며 온전한 형태였다면 14cm의 크기로 추정, 두께는 2cm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막새 뒷부분에는 반원통형의 수키와가 붙어있던 흔적이 있는데요. 실제 지붕에 쓰여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턱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 불완전한 모습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는데요. 또한 이런 기와는 당시 공장에서 대량 찍어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장인이 손으로 직접 빚어낸 예술작품입니다. 이 수막새가 만들어진 것은 대량 7세기 경으로 보고 있으며 발굴 당시에는 도깨비 문양 수막새, 연화문 수막새, 사자무늬 수막새, 당초문 암막새 등 여러 형태의 기와들이 출토되었습니다.
당시 신라 사람들은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이런 문양을 만든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와라는 것은 하늘과 맞닿아있는 집의 일부분이잖아요. 그러면서 이 기와에 복을 바라고 재앙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무서운 형상의 도깨비나 험상궂은 동물 문양의 기와로 처마를 장식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신라인의 미소를 넣었을까요. 이러한 미소로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예를 들어 수막새에는 귀면막새라고 하여 험상궂은 얼굴을 한 막새가 있다고 합니다. 귀면막새는 병과 불행을 몰아오는 악령을 가까이 다가오지 못헤가끔 눈을 부라려 내쫓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경주수막새는 그와 상반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험상궂은 도깨비의 얼굴과 더불어 온화하면서도 가소롭다듯이 비웃는듯한 얼굴을 빚어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려 했습니다. 즉, ‘니깐 것 별 것 아니다.’식으로 바라보는 듯한 미소에는 온갖 사악한 기운도 얼마든지 받아주마 식의 여유 만만한 마음가짐을 가진 장인의 마음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러한 미소는 이후 처용이 자기 아내와 통한 역신을 물리치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춤은 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으로 이러한 미소로 온갖 기운마저 물리칠 수 있다는 생각이 숨어 있으니 나쁜 기운이 올 때 미소 띤 얼굴로 반기면서 오히려 해코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의도 또한 있는 것입니다. 나쁜 악귀에게 부라리는 눈매로 경고를 날릴 수도 있지만 따뜻한 미소로 나쁜 기운을 누그러뜨리려는 선조들의 전략적인 지혜가 신라의 미소에는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일본으로 건너간 이 수막새가 어떻게 국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이 수막새가 발굴된 것은 193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경주시 사정동 영묘사 터에서 발견된 이 수막새는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근처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신라기와를 수집하고 있던 다나카 도시노부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골동품가게에 가서 이 수막새를 100원 주고 사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 수막새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조선' 229호에 '신라의 가면와'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소개된 글에 따르면 이와 같은 기와는 없었다며 이 수막새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독특한 모양새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귀면(鬼面)을 나타낸 것을 귀면와(鬼面瓦)라고 부른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가면와(假面瓦)가 된다. 실물은 사진보다도 훨씬 좋은 표정이며, 그뿐만 아니라 그 얼굴이 딱 정면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져 있다는 점에서 교묘(巧妙)함을 보이고 있다. 원래 경주 출토의 신라와(新羅瓦)는 그 무늬가 다종다양하고 수준급으로 빼어나 자랑할 만하지만, 아울러 이 가면와와 같은 것은 종래에 단 하나도 출토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러한 종류의 것이 있으리라고는 추정하지도 않았다.” 「신라의 가면와」, 오사카 긴타로
그리고 이 수막새를 가지고 있던 다나카 도시노부는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1964년 당시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의 관장과 이 와당과 인연이 닿아있던 일본인의 노력으로 다나카 도시노부를 찾게 되었고 그를 찾아가 설득하게 됩니다. 이 얼굴수막새를 찾아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말이 결정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하나뿐인 얼굴무늬 수막새는 한국에 있어야 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그의 말이 다나카 도시노부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이 신라의 미소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그 때가 1972년이었습니다.
이 수막새는 오른쪽 아랫부분이 잘려나갔습니다. 불완전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요. 이 신라의 미소는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글로벌 기업의 로고의 모티브가 된 것입니다. 98년 경주 세계 문화엑스포에서는 이 수막새의 미소가 이미지로 사용되었으며 경주에는 이 수막새의 모양을 한 빵도 팔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스포츠구단이 국내 기업의 스폰을 받아 이 로고를 유니폼이 달고 띠기도 하는데요.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 이 수막새를 손으로 빚은 신라의 장인은 자신이 만든 평범한 수막새 하나가 이미지로 변화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갈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수막새가 완전한 형태였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신라의 미소로 불리며 대기업 로고의 모티브가 되고 98년 경주 세계 문화엑스포에서 이 이미지가 사용되었을 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조각 안에 들어있는 이 세상을 통달한 듯한 미소를 보며 현대인들은 더 감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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