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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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묻힌 대가야의 왕들
정견모주는 가야 지역에서 여신으로 숭배되던 인물로 조선시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최치원의 저서 석리정전(釋利貞傳)을 인용한 부분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정견모주 이야기는 유독 한국의 여러 시조탄생신화 중에서도 산신이 중심이 된다는 점은 좀 특이한데, 대가야의 지산동 고분군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릉급 무덤들이 평지나 산능선자락 정도에 있는 것과 달리 산꼭대기 능선에 만들어졌던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가야산은 삼국시대부터 신성한 산으로 여겨져서 우두산(牛頭山)이라 불렸고 가야의 산신제 때는 소를 제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우두(牛頭)는 소두라고 발음할 수 있는데, 삼한지역의 성지였던 소도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우두산(牛頭山)은 일본서기에 나오는 소시모리라는 설도 있습니다. ..
2024.04.23 -
한반도로 귀화 그리고 위만 조선
“예조에서 보고하기를, ‘회회교도는 의관이 우리와 달라서, 사람들이 모두 우리 백성이 아니라 하여 혼인하기를 꺼립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귀화한 사람들이니 마땅히 우리나라 의복을 좇아 별다르게 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혼인하게 될 것입니다. 또 대조회 때 회회도의 기도하는 의식도 폐지함이 마땅합니다’라고 하였다.” 『세종실록』 조선 시대에 아랍인들이 조선에 귀화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고유의 의복을 착용하고 풍속도 그들 식으로 하고 이슬람교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으니 조선 정부에서는 이들이 조선에 정착하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조선 초기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것이 흔한 일이었던 것이고 조선 정부도 이에 대해 관대했습니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고대로 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경의 개념이..
2024.04.19 -
공민왕과 노국공주
고려시대 왕 중에 태조 왕건만큼이나 잘 알려진 왕을 꼽는다면 공민왕일 것입니다. 그는 고려 후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멸망으로 가는 고려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개혁 군주로 그려지는 사람입니다. 공민왕은 충숙왕의 둘째 아들이며, 충혜왕의 동복 아우입니다. 공민왕의 어머니는 덕비 홍씨로 원나라 공주가 아닌 고려 여성이었습니다. 1330년에 태어난 공민왕이 전례에 따라 볼모로 원의 연경에 간 것은 12살 때였습니다. 이후 조카인 충정왕이 폐위되어 1351년 12월에 귀국할 때까지, 약 10년을 연경에서 살았습니다. 그 사이 두 차례의 왕위계승에서 실패하는 아픔을 겪다가, 21세 때 원 위왕(魏王)의 딸 보타시리[寶塔實理, 노국대장공주]와 혼인하면서 왕위계승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였습니다. ‘왕이 왕위에 올라 정..
2024.04.16 -
혜경궁 홍씨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부인이며, 정조의 생모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중록』의 작가로 더 유명합니다. 혜경궁 홍씨(이하 홍씨)는 1735년 6월 18일 서울 거평동(오늘날 서대문 밖 평동)에서 태어났으며 부친인 아버지는 혜경궁 홍씨가 태어나기 전에 검은 용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홍씨는 집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그의 조부인 홍현보는 그녀가 보통 아이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혜경궁 홍씨의 집안은 가난했지만, 나름 명문가문이었습니다. 6대조인 홍주원은 선조의 딸 정명공주와 결혼한 임금의 부마였습니다. 그리고 고조할아버지 홍만용은 예조판서를 지냈고, 할아버지 홍현보도 예조판서를 지냈습니다. 혜경궁 홍씨의 집안은 노론계의 명문가로, 영조의 정치색과 비슷했습니다. 혜경궁 홍씨..
2024.04.13 -
한중록
『한중록』은 1795년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가 지은 회고록으로 모두 4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혜경궁은 자신의 출생부터 어릴 때의 추억, 9세 때 세자빈으로 간택된 이야기에서부터 이듬해 입궁하여 이후 50년간의 궁중생활을 회고하는 가운데 사도세자가 당한 참변의 진상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즉,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지난날 몸소 겪었던 일들을 서술한 것으로, 부군(夫君) 사도세자가 부왕(父王)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참변을 주로 하여, 공적, 사적 연루와 국가 종사에 관한 당쟁의 복잡미묘한 문제 등 여러 사건들 속에서 살아온 일생사를 순 한글의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한 파란만장한 일대기라 할 수 있습니다. 문체에 등장인물의 성격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으며, 이 글을 통하여 조선 여성의 이면..
2024.04.09 -
조선제일의 홍역전문의 이헌길
17~18세기 주기적으로 조선을 휩쓴 공포, 그것은 전염병이었습니다. ‘전염병으로 죽은 백성이 백만에 이르고 심지어 한 마을이 모두 죽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선왕조실록』, 1671년 ‘전염병이 서쪽에서부터 일어나 여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팔도에 만연해 사망자가 거의 50, 60만이나 되었다.’ 『조선왕조실록』, 1749년 나라에서는 민심 안정을 위해 역귀를 달래는 여제를 지낼 뿐. 전염병 앞에 조선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홍진(홍역)이 극성을 부려 요절하는 우환이 많다.’ 『조선왕조실록』, 1775년 이 일로 한양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이 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몽수 이헌길이었습니다. 볼일을 보고 성문을 나서는 참이었습니다. 수레에 실린 관(棺)과 지게에 얹힌 시신이 줄줄이 앞을 지나고 있었습..
202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