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1910~1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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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병장 윤희순
1907년, 춘천에는 의병대가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가정리 여의내골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의병 600여 명(일제의 고종 강제 퇴위에 항의해 일어난 정미의병) 속에는 아줌마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병사의 식사를 준비해 날라주고 옷가지를 세탁하고 부상자나 환자를 치료하는 일을 맡았지만 군사 훈련에도 동참했습니다. 일본군이 지나가는 것을 가상해서 찌르기 연습도 하던 이들 중에 47세의 아줌마가 훈련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윤희순, 춘천 의병대(의병장은 이소응)를 움직이는 실력자인 유홍석(1841~1913)의 며느리였습니다. 윤희순은 조선 말의 대학자였던 화서(華西) 이항로(1792~1868)의 문하에서 학문을 닦은 윤익상과 평해 황씨 사이의 맏딸로 경기도 구리에서 태어났습니다. 1506년 중종반정..
2024.02.19 -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
덕혜옹주는 고종의 고명딸이자 순종, 의친왕, 영친왕의 이복동생입니다. 생모는 복녕당(福寧堂) 귀인 양씨로 본래 궁녀였던 양씨가 승은을 입어 덕혜옹주를 낳았습니다. 양씨의 친정 오빠는 백정 출신으로 조선에서 가장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여동생 덕분에 관복을 입는 출세를 하였습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알려졌지만, 덕혜옹주는 1910년 대한제국의 멸망한 이후에 1912년에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대한제국의 황녀였던 적은 없지만, 언론에서는 종종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덕혜옹주는 59세에 얻은 늦둥이여서 유독 총애를 얻었다고 합니다. 고종이 아기였던 덕혜옹주를 보기 위해 입실했을 때, 마침 유모 변복동 상궁은 누워서 덕혜옹주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예를 갖추기 위해 일어나려 했지만,..
2024.02.06 -
독립운동가 최재형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습니다. 뤼순 일본 관동도독부 제 1호 법정에서 연일 안중근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으나 끝내 일본은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안중근은 모두 혼자 꾸민 일이며 자금도 빌려서 마련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중근은 지속적인 항일투쟁을 위하여 숨겨야 했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최재형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나서 광복절을 하루 앞둔 2023년 8월 14일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최재형 선생(1860~1920)과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1880~1952)의 넋이 꿈에 그리던 조국에서 해후했습니다. 국가보훈부는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서 최 선생 부부 합장식을 거행했습니다. 최 선생 순국 103년..
2024.01.19 -
박상진과 대한광복회
대한광복회의 총사령관으로 국내 및 만주 북경 등지에서 대규모 무력항일 투쟁을 전개한 고헌 박상진 의사(1884~1921)를 조상한 제문이 지난 1986년 발견되었습니다. 이 제문은 박상진 의사가 순국한 지 2년 뒤인 1923년 7월 8일 대상 때 그의 아버지 박시규가 지은 것입니다. ‘유세차(維歲次) 계해칠월정사삭초팔일갑자(癸亥七月丁巳朔初八日甲子) 즉출계(卽出系) 망자상진지종상야(亡子尙鎭之終祥也)’로 시작되는 이 제문은 박상진 의사의 순국직후 각계의 반응, 가산의 몰락과정과 그 연유를 박상진 의사에게 묻는 형식으로 적고 순국 후 집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아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박상진은 1884년 경남 울산시 송정동에서 한말의 고관이며 대지주인 박시규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박상진은 큰아버지 박시룡의..
2023.11.05 -
우리가 아는 도깨비의 진실
‘어느 청년이 저녁에 고갯길을 넘어가려는데 장정 모습을 한 도깨비가 나타나 씨름을 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청년은 같이 씨름을 하였지만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이에 청년은 꾀를 내어 "어, 날이 새는구나!"라고 말했고, 도깨비가 이에 움찔하자 얼른 쓰러트렸다. 청년은 도깨비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근처에 있는 나무에 줄로 꽁꽁 묶었고, 얼른 고갯길을 지나갔다. 다음 날 해가 뜨자 청년은 궁금하여 도깨비를 만났던 나무 밑으로 갔다. 그러나 나무에는 피 묻은 빗자루만이 묶여 있을 뿐이었다.’ 위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깨비이야기입니다. 보통 물건이 오래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며 이에 대한 대표적인 물건으로 빗자루가 꼽히고 있습니다. 도깨비는 이러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여..
2023.06.26 -
조선어학회와 우리말 큰사전
1937년 중일전쟁을 앞두고 일제는 1936년 12월에 ‘조선사상범보호관찰령’에 이어 1941년에 ‘조선사상범예비구금령’을 공포합니다. 이는 조선에서 일체의 반일사상을 탄압하고 사상범을 감시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1940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폐간에 이어 1941년 등 한글 「잡지」도 폐간되었습니다. 이미 이전에도 1938년에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한 바 있으니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포 한글에 대한 탄압은 심해질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민족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조선어연구회였습니다. 1921년 설립된 조선어연구회는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인 최두선ㆍ권덕규ㆍ임경재ㆍ장지영 등이 참여했습니다. 발족은 휘문고보에서 했으며, 주시경 선생은 이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연..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