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첫 고대 국가 고조선의 국가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한 것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설화와 동화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호랑이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호랑이가 포함된 지명은 389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해 첫해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의 ‘호미곶(虎尾串)’이 대표적입니다. 호미곶은 원래 ‘장기곶’으로 불리던 곳으로 한반도 지도 전체를 호랑이 모습에 비유했을 때 이 지역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거나 괴롭힘으로 유래된 지명으로는 봉화 범우골과 경주의 ‘호명’등의 이름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사나운 동물이지만 전래되어온 이야기에서는 꼭 그렇게만 그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효성이 지극한 효자가 부친의 병을 고치려고 약을 구해 떠나려 할 때 호랑이가 붕어 한 마리를 물어다 주어 이 붕어로 부친의 병을 고쳤다는 전설을 가진 영천시 화산면의 ‘효지미’ 마을처럼 호랑이의 긍정적인 면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포항 남구 효자동은 조선 중엽 효자 전희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시묘살이를 했고 그 효심에 감복한 호랑이가 밤마다 나타나 상주를 보호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밖에 호랑이가 왔다고 겁을 줘도 울던 아이가 “곶감이다”라고 했더니 울음을 그쳤고 그 이후로 호랑이가 자신보다 곶감이 더 센 줄 알고 벌벌 떨었다는 것도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래동화입니다. 

민화속 호랑이

이런 이야기가 전해오는 한반도는 그야말로 호랑이의 세상이었습니다. 조선 정부에서는 매년 각 군현에게 호피 3장씩 진상하도록 했는데 당시 군현의 수가 330여 개 정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매년 1000여 마리의 호랑이를 잡았을 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먼 옛날 이 땅에는 약 5000~6000마리의 호랑이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호랑이를 포획하는 전문갑사로 착호갑사를 두었으며 이들은 성종 대에 400여 명이었는데 숙종 대에는 1만 1천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줄게 되었고 호피 진상 제도는 영조 대에 사라졌습니다. 
그럼 당시 조선정부에서 호랑이를 포획할 정도로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이 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드넓은 산악 지역과 깊은 골짜기, 엄청난 수의 초식 동물,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분포로 인해 이 땅은 예로부터 호랑이의 천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았던 호랑이는 줄무늬 호랑이와, 점박이 호랑이가 있었으며 요즘말로는 호랑이와 표범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포획한 개체 수에 따르면 표범의 개체수가 호랑이보다 월등하게 많았다고 하며 그 수가 대략 4.5배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호랑이를 잡아들이기 위한 군대를 운영한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개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하여 조선 초기 80만 결이었던 농지가 조선말에는 480만 결로 늘었고 이러한 것은 호랑이를 더욱 깊은 산골로 몰아놓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호랑이가 각종 민화에 등장하는데요. 특히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 호랑이가 그림으로 그려진 것은 조선 후기부터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호랑이가 많이 포획당해 더 이상 사람의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를 사냥함으로써 자신의 용맹함과 능력을 과시하는 문화도 없었습니다. 조선은 선비사회였고 그에 따라 호랑이를 잡는 탁월한 영웅은 생각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에서 조직적인 부대를 만들어 잡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 후기 조선성리학이 완성되고 유학의 중심국이라는 자부심은 이 땅이 곧 이상세계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진경산수화가 등장하면서 매난국죽에서 벗어나 우리 것에 관심이 생겨났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잘 볼 수 없는 호랑이를 그림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렇게 그림에 표현된 호랑이는 포악한 이미지였습니다. 선비사회에서 호랑이가 사대부들을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단원 김홍도는 호랑이의 포악한 면을 가리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렸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이빨을 보이지 않도록 하면서 눈을 실제보다 크게 그렸습니다. 이는 호랑이는 총명하면서도 공격하지 않는 동물로 묘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역동적인 호랑이의 모습을 놓칠 수 있으므로 정면에서 바라본 호랑이의 얼굴과 측면에서 다가오는 호랑이의 몸을 결합시키고 등과 허리를 길게 늘여 운동성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보다 길게 보이는 꼬리로 보다 운동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렇게 김홍도의 그림에 등장한 것은 바로 줄무늬호랑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호랑이보다 표범이 더 많았는데요. 실제 생활에서도 호랑이 가죽보다는 표범가죽이 더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호랑이 가죽은 뻣뻣한데 반해 표범 가죽은 보다 부드럽고 무늬가 아름다웠으며 가공하기 편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표범보다 더 위협적이고 잡기 어려운 호랑이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얀코프스키가 한반도에서 표범 사냥한 사진.(1936년).

“조선은 정말 호랑이가 많은 나라이다. … 조선에서는 1년의 반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 문상 다니고, 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는 중국속담이 있을 정도다.” - 이사벨라 버드 비숍-
우리나라에는 정말 호랑이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호랑이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집권자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조선 태종 이방원 때는 호랑이가 경복궁에 침투했고, 세조 수양대군 때는 창덕궁에 침입했으며, 연산군 때는 국가 사당인 종묘의 담을 넘었습니다. 또한 영조 10년 9월 30일 자(양력 1734년 10월 26일 자) <영조실록>에 따르면, 1734년 여름과 가을에 전국적으로 호랑이가 횡행하는 바람에 이에 관한 지방관청의 보고서가 끊임없이 한양에 올라왔다고 한다. 몇 달 사이에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만 해도 무려 140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부터 호랑이를 잡고자 하는 노력은 있었다고 보이지만 일제 강점기 때에는 그것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몇 년을 찾고 찾은 결론은, 바로 일본의 침략이 이 나라의 호랑이 멸종에 깊이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산신으로 숭배해온 이 나라에 많은 일본인이 신식의 연발총과 군총(軍銃)을 들고 밀어닥쳐 메이지 후반(1897~1911년)부터 다이쇼(1912~26년)에 걸쳐서 금세 호랑이를 멸종시켜 버렸다."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 엔도 키미오.
일본은 한반도의 호랑이를 없애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던 것일까. 우리나라 호랑이에 관한 영화 『대호』에서는 일본이 대규모 부대를 동원하여 전쟁수준으로 사냥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인의 글처럼 조선총독부가 조선 호랑이를 멸종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1907년 9월 3일,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총포 및 화약류 단속법'을 제정하여 조선인의 총기 소지를 금지했습니다. 그러던 1913년 9월, 총독부는 '해수 구제(害獸驅除)에 관한 건'이라는 통지를 헌병대와 경찰서에 하달하였고 총독부는 '해수 구제(害獸驅除)에 관한 건'이라는 통지를 헌병대와 경찰서에 하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호랑이를 멸종시키기 위한 노력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엔도 키미오는 일제가 한반도의 호랑이를 없앤 것은 일본제국이 ‘국경지대까지 일본인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조선총독부 입장에서 호랑이는 제거되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1917년, 일본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의 주최로 도쿄 제국호텔에서 성대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야마모토는 조선팔도의 이름난 포수를 모아 정호군이라는 호랑이 군대를 만든 정호군이라는 부대를 만들어 조선의 호랑이를 사냥하도록 시킨 사람인데요. 일본의 유명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의 식재료로 차려낸 진귀한 요리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날의 메인요리는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함경남도 호랑이의 차가운 고기였습니다. 그리고 야마모토가 호랑이의 사냥 이유를 밝힙니다. 그는 ‘센고쿠 시대(1467~1590)
의 무장은 진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조선의 호랑이를 잡았습니다만, 다이쇼 시대(1912~1926)의 저희들은 일본의 영토 안에서 호랑이를 잡아왔다.‘고 밝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