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지만 생생한 역사재현 신라 토우

토우와 레고가 만난다면

여러분, 토우라고 아시나요, 흙으로 만든 조그만 인형 혹은 항아리 목둘레에 붙은 장식품을 토우라고 합니다. 덴마크의 한 전시관에서는 신라의 토우와 덴마크의 레고가 어우러져 전시되기도 하였습니다. 레고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난감이지만 토우는 그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토우는 죽은 자를 매장할 때 묻는 물건, 즉 부장품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토우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유방, 엉덩이가 과장되어 표현되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토우입니다. 신라 때 만들어진 토우를 살펴보면 동물, 인물, 생활용구 등을 본떠 만들어진 독립적인 형태의 것과 그릇에 장식용으로 쓰인 토우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우는 죽은 자와 함께 묻혔다고 하니 아마 죽은 자의 부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밖에도 토우에 여러 의미를 담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엉덩이가 큰 여인의 토우는 다산을 기원하는 것일테고, 무서운 얼굴을 한 토우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 쌍의 기마인물형 명기

그런데 이렇게 설명만 하면 갸우뚱할 수 있잖아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기마인물형 명기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토우들이 있습니다. 일단 기마인물형 토기의 경우는 프랑스의 한 박물관장이 이 유물을 가리키며 "주인과 종이 말을 타고 무기를 들고 가는 모습이 마치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하며 한국도자기는 중국과 다르게 굉장한 유머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마인물형 토기는 프랑스 박물관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가 아닌 두 개, 즉 한 쌍입니다. 한 쌍의 기마인물형 토기는 크고 장식이 화려한 것과 단순한 장식에 몸집이 작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것은 주인, 다른 하나는 하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주인을 표현한 토기는 모자를 쓰고 다리 위에 얹은 갑옷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웃통을 벗은 하인의 모습은 짐을 지고 방울을 들고 있는데요. 이 유물은 1924년 금령총에서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무덤에서 발굴된 금관의 지름이 작은 것으로 보아 어린 왕족, 즉 왕자일 꺼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토우를 무덤에 넣을 때 주변인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토우를 CT로 찍어보니 기마인물형토기는 약 240CC 정도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주전자로 밝혀졌습니다. 예술성과 실용성, 그리고 인간의 애절한 염원을 결합된 기마인물형 토기는 당대의 복식과 생각을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물을 묘사한 토우가 많아서 이러한 토우는 당시의 의생활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1986년 경주용강동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문관상을 통해 당시 문인들은 머리에 끈이 달린 복두를 쓰고 단령이라는 옷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여성복은 위아래가 연결된 모습인데 손까지 덮은 긴 소매로 입을 가린 수줍은 모습의 토우가 출토되어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 입장에서 이런 것들도 토우가 아닌가 싶지만 학자들은 이런 유물들을 토우가 아닌 토용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흙으로 빚어져 무덤 속에서 넣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토우할 때 우(偶)는 ‘인형’을 의미하고 용(俑)은 순장을 대신하여 넣는 인형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순장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생각하여 구분하게 됩니다. 당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기 전에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그 특징을 캐치하여 만들어낸 것이 토우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토우는 신라시대의 서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토용은 불교의 유입과 중국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토용이 받아들여졌으며 따라서 중국도용을 모방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용이 의복의 세밀함이 표현되어 당대 복식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따라서 토용은 신분이 높은 사람의 무덤에서 발견되었고 토용은 7~8세기의 신라에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 목항아리

무덤에서 발견되는 토우는 사냥하는 모습, 고기를 잡는 모습, 지게로 물건을 나르는 모습을 담은 모습, 주검 앞에서 슬퍼하는 여인의 모습이라던가 출산하는 토우 등 당시의 일상을 생생히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모습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표현되었는데요, 수렵하는 토우가 발견되었으니 당연히 해당동물을 사냥하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따라서 고대신라사람들에게는 사냥은 중요한 경제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렵이라는 게 꼭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집에서 동물을 직접 길렀으니 이른바 가축을 형상화한 토용도 나오는데 돼지, 개, 그리고 각종 어류 및 호랑이 같은 맹수등도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터번을 쓴 토우도 나왔는데요. 머리에 쓰는 터번은 신라의 복장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의 복장으로 당시 신라의 국제교류가 활발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토우로는 원숭이 토우, 코끼리 토우, 개미핧기 토우로 한반도에서 발견되지 않는 동물들도 토우로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발견된 토우들이 5~6세기경의 신라의 것들이 많습니다. 문화의 전성기를 만든 그 시기에 신라는 우수한 조선술을 바탕으로 일본, 중국 그리고 아랍과도 중동지역과도 교역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의 토우들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고 당시 현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토우로 만들었는데 5세기에 만들어진 장경호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토우가 있어 이 토우는 흡사 가야금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우륵의 만든 가야금은 6세기에 전해졌는데요. 이러한 토우의 발견은 우륵이 가야금을 신라에 전하기 전에 이미 유사한 악기가 신라에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부터 당시 복식과 중요한 사실까지 알려주는 게 토우입니다. 재밌는 것은 대담한 성적 표현을 담은 토우들도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남녀가 관계를 맺는 모습이라던가 성기와 가슴이 과장된 모습을 한 남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신라의 토우는 세월이 지나 지금에 이르러서도 얼굴을 뜨겁게 만듭니다. 이러한 토우들을 통해 신라인들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별안간 19금이라는 낱말도 스쳐지나가는 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토우들은 무덤에 넣던 부장품입니다. 아마도 남녀 간의 사랑을 묘사한 토우들을 통해 신라인들은 다산과 풍요를 바랬을 것입니다. 구석기 시대 유물인 ‘빌렌도르프의 미녀’가 그랬듯이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토우의 발견들이 신라가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를 말하지 않습니다. 『삼국지』「위지 동이전」에서는 우리 민족에 대해 남녀가 음탕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였다고 하며 김유신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밴 자신의 여동생을 화형에 처하려 했다는 것은 신라가 성적으로 과감히 표현했음에도 윤리적으로 지킬 건 지킨 나라라는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개미핧기 모양의 토우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토우에 대한 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혹시 작고 볼품없는 흙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천 오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하에 있던 토우들은 그 어떤 유물보다도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1920년대부터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라라는 나라도 없고 타임머신도 발명되지도 않았지만 토우들은 당시의 모습을 재연배우로서 역사의 한 장면을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신라인의 소망, 일상, 그리고 신라인의 개방적 성관념까지 알 수 있는데요. 우리는 신라금관이나 금으로 만든 각종 유물들을 통해 절대권력을 지닌 당시 지배층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토우들은 신라금관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일반 서민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나타내고 있어 신라의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신라의 토우는 금으로 만든 장식품만큼이나 중요한 우리의 문화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