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의 결단, 고구려와 백제를 건국하다.

2022. 6. 13. 11:12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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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에 발견된 석촌동 돌무지 무덤은 백제초기의 무덤으로 고구려의 적석총과 닮아 백제의 건국세력이 고구려 유이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1916년 석촌동에서 백제 초기의 고분이 발견됩니다. 이 고분군은 고구려의 적석총을 닮아 백제의 건국세력이 고구려 유이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백제가 도읍을 공주로 옮기기 전에 중심지게 한강 유역에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소중한 유적이었습니다. 『삼국사기』에서는 고구려 유이민이 내려와 백제를 세웠다고 기록을 하고 있는데 석촌동 고분군의 발견은 그를 증명하는 유적인 셈입니다. 석촌동에 있는 무덤은 사방에 자갈을 깔아 무덤의 경계를 만들고 돌을 정사각형으로 3단으로 쌓아올렸습니다. 이는 만주 통구지방의 고분군을 닮았으므로 이전까지 발견된 봉토분 형태의 백제 무덤과는 그 모양이 달랐습니다.
그럼 백제는 어떻게 한강 유역에 도읍을 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을까요. 살펴 면 백제의 건국이야기는 고구려, 신라, 가야의 건국이야기보다 더 사실적이지만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우선 백제의 건국이야기를 할 때에 고구려의 건국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백제의 창업자가 고구려와 밀접한 관련을 맺기 때문입니다. 고구려의 건국자는 추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모는 동부여의 왕자 대소가 위협하자 오이, 마리, 협보를 데리고 도망쳐 나옵니다. 그리고 추모의 무리는 재사, 무골, 묵거라는 3명의 현인을 만나 도움을 얻었고 그 일대를 규합하여 세력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이를 알아본 부여왕이 자신의 세 딸 중 둘째 딸을 추모에게 시집보냈는데 추모는 고구려를 세우고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낳습니다. 
하지만 첫째 부인 예씨가 낳은 아들 유리가 고구려로 찾아왔을 때 상황은 급변합니다. 추모가 첫째 부인의 아들 유리를 태자로 내세운 것입니다. 이에 비류와 온조는 태자에게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그리하여 온조는 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정하고 열 명의 신하로 하여금 보좌하게 하고 국호를 십제라 하였으며 비류는 미추홀의 토지가 습기가 많고 물에 소금기가 있어 편히 살 수가 없다고 하여 위례로 돌아왔는데 이 곳 도읍이 안정되고 백성들이 태평한 것을 보고 부끄러워하여 후회하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소선노는 고구려와 백제 창업에 지대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백제의 역대 왕들을 살펴보면 1대 왕이 온조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이야기로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백제건국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온조건국설화와 더불어 비류건국설화도 존재합니다. 비류건국설화에서는 시조 비류의 아버지는 북부여왕 해부루의 서손인 우태로 기록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연타발의 딸 소서노로 처음 우태에게 시집 와서 두 아들인 비류와 온조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우태가 죽자 이 지역으로 망명 온 주몽과 결혼하였습니다. 소서노는 추모보다 10살 정도 많은 과부였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 세력규합이라는 정략적 결혼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추모도 동부여에서 예씨와 결혼한 바 있는데 이후 부여에서 낳았던 유리가 오자 그를 태자로 삼습니다. 이에 비류는 아우와 무리를 이끌고 패수와 대수를 건너 미추홀에 와서 살았다고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백제는 누가 건국한 것일까요. 온조건국설화와 비류의 건국설화를 비교하면 둘 다 아버지가 추모라는 점, 그리고 비류와 온조는 형제이며 부여에서 건너온 유리로 인해 이 형제가 고구려를 떠나 백제를 건국한 것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온조건국설화에서는 온조와 비류는 주몽의 친아들로 설명되는데 비류건국설화에서는 주몽이 의붓아버지가 됩니다. 그런데 유리가 와서 태자가 되었다면 그렇기 때문에 이 형제가 남하하여 백제를 건국했다면 비류와 온조가 친아들이 아니었기에 남하했다는 비류건국설화가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비류건국설화에서는 온조건국설화보다 좀 더 자세하게 전하고 있는데요. 온조건국설화에서는 이들의 어머니에 대해 그저 부여왕의 둘째 딸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연타발의 딸 소서노라는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비류건국설화입니다. 그리고 온조건국설화에서는 비류가 미추홀에 나라를 세웠다가 실패하고 온조가 비류세력까지 합쳐 백제가 되었다고 전하지만 비류건국설화에서는 비류와 온조가 함께 미추홀에 백제를 건국한 것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추가될 수 있는 공통점은 아마도 비류가 먼저 백제를 세웠든 둘에 각자 국가를 건설했든 나중에는 온조가 연맹의 주도권을 가져갔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아마 비류는 처음부터 해양으로의 진출을 생각했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비류 세력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본토에서는 온조 중심의 백제가 만들어지며 자리를 잡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온조건국설화가 전해졌다는 것입니다. 
백제를 건국한 사람은 대부분 온조라고 알고 있고 혹자는 비류가 아니냐하며 이야기하겠지만 소서노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백제 창업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고구려의 건국에도 소서노가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단재 신채호는 소서노를 백제의 시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는 소서노에 대해 왕모라 칭했으며 소서노가 죽고 나서 온조는 도성을 옮기게 됩니다. 아마 소서노가 살아 있을 때 소서노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류, 온조 어느 누구도 도성을 옮길 생각을 하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후  소서노가 죽고 온조가 하남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이름을 십제로 정했으며 비류는 지금의 인천인 미추홀에 도읍을 정하고 비류백제를 세웁니다. 이렇듯 백제의 건국세력은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무리였고 그 중심에는 소서노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경성에서 늙은 할미가 남자로 둔갑했고,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왕의 어머니가 죽었다. 나이 61세였다. (十三年 春二月 王都老化爲男 五虎入城 王母薨 年六十一歲). 나라 동쪽에는 낙랑이 있고 북쪽에는 말갈이 있어서 우리 강역을 침범하기 때문에 편안한 나날이 적다. 하물며 요즘에는 요상한 조짐이 계속 나타나고 국모마저 세상을 떠나셔서 스스로 편안할 수 없는 상태이니 반드시 도읍을 옮겨야겠다.” 『삼국사기』
늙은 할미가 남자로 둔갑했다는 옛 기록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백제의 창업자인 소서노의 신변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외적이 침입하여 그 과정에서 소서노가 목숨을 잃었고 그에 따라 도읍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해석으로는 백제의 창업자인 소서노가 정치적으로 희생되었고 그 쿠데타의 중심에는 온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시선도 있습니다. 만약 소서노가 비류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고 여기서 정치적 야망이 있었던 온조가 반기를 들었다면 그에 따라 소서노가 희생당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비류가 토지가 습하고 물이 짠 인천으로 간 것은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 형제간의 정치적 투쟁에서 패배한 뒤 취할 수 있었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해양제국을 꿈꾼 비류의 이상을 실현시킬 이상적인 장소가 미추홀이어서 그 곳으로 향했던 것일까요. 
한편 백제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제사가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천지신명에 대한 제사, 부여의 시조인 동명왕에 대한 제사, 그리고 소서노에 대한 제사였다고 합니다. 농업을 중요시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천지시명에 대한 제사는 당연했을 것이고 그들 스스로가 부여의 후손이라고 여겼을 것이기 때문에 동명왕에 대한 제사도 했을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소서노는 백제의 시조라 여겨 제사를 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소개한 석촌동 고분군과 더불어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은 한강 유역을 기반으로 했던 한성백제의 소중한 유적입니다. 그러면서 한성백제 시기의 인물들을 떠올리는데요. 이러한 유적지가 소서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지만 온조, 비류와 더불어 이 곳에 뿌리를 내리게끔 하는 데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소서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소서노의 리더쉽과 재력이 없었으면 오늘날 석촌동 고분군을 포함한 한성백제시기의 것이라 불리는 유적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백제의 건국자가 온조일까 비류일까 하며 고민하는 사이 더욱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그건 바로 소서노라는 존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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