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의 기록 울산반구대 암각화

2022. 6. 7. 11:26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선사시대부터 고조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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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반구대바위그림은 글이 없던 당시의 생활상을 잘 알려주는 유적입니다.

글이 없던 시대, 즉 선사시대에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상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물과 유적 등으로 가늠해야 합니다. 종이도 없는 시절,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지만 옛날 사람들도 그림을 남겼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바위나 동굴의 벽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새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위에 나와 있는 사진이 교과서에서 한 번 봤을 법한 그림으로 알타미라 동굴벽화입니다. 소 그림이 있어 소를 사냥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벽화 속의 소 모양은 소의 조상인 오록스로 현재의 소보다 몸집이 컸다고 합니다. 앞다리 어깨의 높이가 180cm가 넘었다고 하니 웬만한 성인보다 큰 셈입니다. 따라서 이 동물은 사냥의 대상의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었고 이것을 그린 공간은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그럼 한반도에 살았던 선사시대의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흔적을 남겼을까요.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이 때 암각화는 선사시대 제작된 바위그림 중에서 새긴 그림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1971년 한 대학교수팀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하였습니다. 반구대는 거북이가 엎드린 형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당시 발굴팀은 사실 원효대사가 머물던 반고사의 터를 찾기 위해 이 곳에 들렸습니다. 원효대사는 반고사에 머물면서 『초장관문』과 『안신사심론』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불교역사유적을 찾으려던 중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것입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위치한 반구대에 새겨진 이 그림은 여러 사람과 동물 등 300점 정도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유적에 대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세계적인 암각화들이 육지 동물들을 표현한 데 반해 반구대 암각화에는 육지동물들은 물론이고 해양동물들도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래를 사냥하는 등 고래와 관련된 그림이 많다고 합니다. 고래 그림은 모두 53점으로 전세계 암각화 중 가장 많은 수의 고래가 그려져 있으며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참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 등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암각화는 7천년전의 것(기원전 3500년~7000년의 것으로 추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의문은 당시에도 고래를 사냥했는지 아니면 상상으로 그린 것인지입니다. 그러던 2009년 울산항 도로 공사 중 신석기 유물층에서 이것을 설명할만한 유물이 발견됩니다. 그것은 바로 동물의 뼈로 만든 화살촉에 박힌 고래의 뼈였습니다. 이것을 통해 옛날 이 그림을 제작했을 당시 고래를 사냥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럼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장소는 그 시대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선사시대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곳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다만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내륙지방인 이 곳에 어찌하여 고래와 바다거북 등의 해양생물들도 표현되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래도 울산지역에 전해내려오는 <대홍수전설>을 따라가보면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비 때문인지 아니면 해일이 져 그랬는지 모르나 물이 채어 문수산과 남암산 밖에 안남았다. 문수산은 무 한뿌리만큼, 남암산은 낫 한자루 갖다놓을 정도만 남았다. ’
해당 전설을 생각해 보면 이 곳이 예전에는 바다와 인접해 있거나 혹은 커다란 환경의 변화를 겪었던 장소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여기서 당시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제사의식을 드렸을까요. 이 반구대 암각화의 표현들을 살펴보면 당시 어떤 의미로 제사를 지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기를 표현한 인물과 더불어 호랑이, 사슴, 멧돼지 등 동물들이 주로 새끼를 배고 있고 여기에 새끼를 배고 있는 고래까지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당시 사람들은 풍요와 다산을 목적으로 바위에 그림을 그리고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옛날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장소였을 것입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은 우리에게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런 형태의 바위그림은 전 세계에 많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초기 미술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암각화들은 대부분 넓은 면적에 띄엄띄엄 새겨져 있는 데에 반해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사실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그려져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형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작 기법을 통해 신석기 시대 말부터 청동기 시대 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에는 고래를 비롯한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울산 반구대바위그림은 우리 민족의 기원을 푸는 중요한 단서로 이해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암각화는 전세계적으로 분포하였습니다. 시베리아의 아무르강, 내몽고와 러시아, 스웨덴, 노르웨이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우리의 암각화와 비슷합니다. 따라서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을 그렸던 사람은 북방에서 기원한 사람들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쪼기, 갈기, 긋기, 돌려파기 등 사용한 기법이 시베리아의 암각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의견에 힘이 실립니다.
반구대 바위그림이 발견된 일대는 정몽주, 이언적, 정구 등 고려와 조선시대 문인들이 찾아 명시를 남긴 곳이며 견재 정선도 반구대 산수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주와 가깝기 때문에 신라 왕족과 화랑 승려들도 이 곳에 들려 수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 대곡천을 따라가는 곳은 예부터 사람들에게 신령스러운 장소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럼 의미에서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은 이 곳과 관련된 이야기와 유물, 유적 중 가장 맏형이자 조상격이 되는 셈으로 우리나라 국보, 보물을 통틀어 큰 형님이라 불릴만한 곳입니다. 
이러한 반구대 바위그림은 시기와 상징성에서 가장 위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에 있어서도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사실 문화재에 대해 가치를 환산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문화재를 평가하여 줄을 세우려 하는 건 아니냐며 비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화재 보존에 대한 예산과 여기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그리고 미래에서도 달라진 문화재들의 가치를 고려한 경제적 가치는 문화재 보존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문화재청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한 ‘문화재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분석 연구’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가치를 4926억원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당시 이러한 조사를 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문화재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해마다 세금을 걷을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해당 조사에는 울산반구대 바위그림과 더불어 정이품송, 종묘제례와 제례악, 창덕궁, 팔만대장경판, 서울시청청사 등이 포함되었고 그 중에서 울산반구대 암각화가 5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로 조사된 것입니다.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은 우리 문화재들의 큰 형님이지만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는 그만큼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에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된 것으로 달리 말하면 울산반구대암각화에 대한 보존이 절실함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울산반구대 바위그림이 위치한 곳은 댐 건설로 인한 수몰과 가뭄으로 수위가 왔다갔다하며  마모의 위험성이 커졌습니다. 한동안은 무분별한 탁본으로 인해 이 바위가 부스러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물의 흐름이 그림을 때려 균열현상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1965년, 벽화로부터 4.6km 하류 지점에 설치된 사연댐으로 인해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지난 수천 년보다 수몰이후 몇 십년동안 훼손된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물막이실험도 하였지만 3년간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고 수십억 원의 예산만 날렸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사람들의 입김이 훼손할 수 있다며 아예 출입을 통제하고 동굴주변에 모형동굴을 만들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1971년 12월 25일에 발견되어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 불리는 울산 반구대암각화, 하지만 울산 반구대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1995년이 되어서야 국보 285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제서라도 세계문화유산의 등재여부를 떠나 이 문화유산을 몇 백년이 지나도 지금의 모습으로 후대의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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