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태자가 도설지왕이 된 이유는...

2022. 11. 8. 07:49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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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는 6개의 나라로 구성된 연맹체로 건국에 대해서는 김해 구지봉에 내려온 6개의 알에서 깨어난 동자들이 나라를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6가야인 셈인데 그 중에 셋째인 대로가 지금의 고령 지방에 세운 것이 바로 대가야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가야의 건국설화에 대해서는 위의 이야기와 더불어 한 가지 더 전해지고 있는데 바로 정견모주라는 가야산신과 이비가라는 천신사이에 뇌질주일이 대가야의 시조 이진아시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야기에서는 뇌질주일의 동생도 나오므로 그가 바로 뇌질청예이며 남으로 내려가 금관가야국의 초대왕이 되었다고 전합니다. 
이러한 가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교과서에 대해서 짧게 전하고 있는데 「광개토대왕비문」에 전해지는 내용으로 고구려가 신라를 구원하기 위해 보병 기병 5만을 동원하여 한반도 남부를 쳤고 이로 인해 이전까지의 가야 연맹제의 금관가야가 타격을 입고 후기 가야는 대가야가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고 신라가 가야에게 멸망할 적에 금관가야가 먼저 망하고 그 다음에 대가야가 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야가 다른 삼국과 다르게 먼저 멸망한 것에 대해서는 중앙집권국가 이전의 국가인 연맹왕국에 머물렀고 힘을 하나로 뭉치지 못한 가야는 백제와 신라의 압박을 받다가 결국 신라에 망했다고 전합니다. 그러면 가야라는 나라는 존속 기간 내내 두나라의 협공에 힘들어만 했을까. 

가야의 세력 판도, 출토되는 가야의 토기를 통해 대가야의 세력 범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가야의 역사는 짧지만은 않습니다. 기원후 1세기에 세워진 가야는 거의 50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존속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운만이 아니라 백제와 신라가 힘으로 누를 수 없을 만큼 일정 이상의 국력을 가진 나라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위에서 설명한 광개토대왕비문에 따르면 신라는 백제와 가야에 의해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신라는 진흥왕이라는 군주를 만나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에 가야를 힘으로 압도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 지배자의 강력한 힘을 알 수 있는 무덤입니다. 여기에서는 순장자만 37명이 넘게 발견되었고 그 외에도 금동으로 만든 세련된 디자인의 모자꾸미개, 봉황무늬고리자루 큰 칼들이 발견되었고 이 외에도 근처의 무덤에서 철제 갑옷과 금장식제품들이 발견되었는데 가야 중에 그나마 강성했던 여겨지는 대가야는 국가의 틀도 갖추지 못한 연맹국가 수준으로 여겨지는 가야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릴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럼 실제로 대가야는 국가라 할만한 나라였을까. 그와 관려된 중국사료로 『남제서』 동남이전 가라국조에서는 가라왕 하지가 남제로 사신을 보냈으며 보국장군본국왕(輔國將軍本國王)에 봉했다고 합니다. 대가야는 남조와 사신을 교류하는 외교관계를 맺은 것으로 볼 때 남제는 가야를 나라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도 대가야와 교류했습니다. 대가야에서 제작된 것들이 현재 일본 땅에서 유물로 출토되고 있으며 지산동 44호분에서 출토된 야광조개국자는 일본에서 생산된 것이니 대가야와 일본도 교류가 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대가야가 나라라고 하면 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령군은 본래 대가야국인데, 시조 이진아시왕부터 도설지왕까지 520년이다.‘ 『삼국사기』
옛 가야 지역은 많은 왕의 무덤이 있지만 그 주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금관가야는 신라에 협조해서 왕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지만 끝까지 신라에 굽히지 않았던 대가야는 왕의 계보를 알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나마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1대왕인 이진아시왕과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 그리고 8대왕은 이뇌왕과 몇 대 왕인지 불분명한 금림왕과 가실왕 정도입니다. 어찌되었든 대가야에도 왕은 존재했던 셈입니다. 그러면 대가야 통치자의 힘은 어느 정도였을까. 합천 저포리에서는 대가야양식의 짧은 목항아리가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는 ‘하부사리리(下部思利利)‘라고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下部‘가 주목할만한 것인데 다른 삼국과 마찬가지로 대가야에도 부(部)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합천에서는 대왕(大王)이라고 새겨진 긴목항아리가 출토되었습니다. 이 토기는 6세기 전반에 유행한 전형적인 대가야 양식의 토기였습니다. 특히 대왕(大王)이라는 글자는 당시 대가야 지배자의 위세를 알 수 잇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대왕이란 글자가 몸체에는 바르게 새겨져 있는데 뚜껑에는 오른쪽과 왼쪽이 뒤집혀 있음을 지적, 이것은 중국 남조의 영향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합천매안리비

그리고 1989년 합천 매안리에서 비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비신 높이는 265㎝· 너비는 최대 56㎝는 삼국시대의 비석치고는 큰 편으로 여기에는 판독이 가능한 글자와 그렇지 않은 글자가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간지(干支)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는 26명의 간지 즉, 수장으로 보고 있고 ○○촌이라는 표현이 있어 대가야가 도읍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지역을 어떻게 편제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반면 이 간지(奸智)란 표현이 촌락의 장에 해당하는 것인지 당시 중앙지배층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유물들의 발견과 그것에 대한 의견, 해석을 보면 대가야가 백제나 신라까지는 아니라 적어도 다른 가야 연맹국가들보다 한 단계 발전된 국가형태의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몇 명 전해지는 대가야의 왕 중에는 가실왕이 있습니다. 이 왕에게는 우리나라 3대 악성이라 불리는 우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실왕은 우륵에게 명하여 12곡을 만들게 하였으니 이것이 당시의 지명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 학계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그 곳은 대구, 고령, 남원, 거창, 김해, 산청, 사천 이 곳이 당대 대가야의 영역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물로 해당 지역에서 대가야식 토기가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고령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여겨지는 원통형 토기는 대가야 고유의 것으로 당시 대가야의 왕이 각 지역의 수장에게 하사하였고 이 때 퍼져나간 원통형 토기의 발견지를 고려보면 우륵이 곡으로 지은 곡명의 위치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무덤에서는 대가야의 토기가 발견되니 당시 문화적 영향이 아닌 정치적 상하 및 예속관계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왕’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긴목 항아리. 합천에서 출토됐다.

그럼 대가야의 마지막 왕은 누구일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설지왕입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해인사 창건주의 전기 「석이정전」에서는 월광태자란 인물이 나오는데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시왕을 낳은 원시조는 가야산신 정견모주이고 월광태자는 정견모주의 10대손이 되며 아버지는 이뇌왕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학계에서는 이 월광태자를 도설지왕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광은 달빛으로 표현되며 도설지 역시 달에 대한 존칭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다 도설지왕 이전의 왕이 바로 이뇌왕이고 이뇌왕의 아들이 월광태자이니 월광태자가 곧 도설지왕인 것입니다. 
“춘삼월, 가야국왕이 사신을 보내 청혼함에 이찬 비조부의 자매를 보냈다.” 『삼국사기』
월광태자는 이뇌왕의 아들이자 신라의 이찬 비지배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즉, 국제결혼으로 얻은 자식입니다. 그리하여 대가야와 신라간에 결혼동맹을 맺은 셈인데 이것은 변복사건으로 깨어집니다. 월광태자의 어머니가 대가야로 시집올 때 100여 명에 달하는 시종이 같이 따라왔는데 대가야가 이들의 옷차림을 가야식으로 바꾸었다는 이유로 신라가 침략한 것입니다. 즉, 신라 입장에서 트집을 잡아 가야로 쳐들어간 것이므로 그것도 결혼 후 7년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이 때 대가야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백제와 신라, 당시 대갸아의 지배층은 백제와 연합하기를 원했으므로 어머니가 신라인인 월광태자는 자신의 처지를 우려하여 신라로 망명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가야의 친백제 정책은 대가야의 군사력도 합세한 관산성 전투의 패배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실책이 되었고 이후 대가야는 신라에 의해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리하여 대가야의 백성들은 신라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신라의 옛 대가야 주민들의 마음을 포섭할 이유가 있었고 그리하여 월광태자를 잠시나마 대가야의 왕으로 올리니 그가 바로 도설지왕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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