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반도남부에 포상팔국이 있었다.
2023. 7. 17. 19:38ㆍ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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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의 고대사회를 고구려, 백제, 신라를 중심으로 하는 삼국시대로 이해하고 있지만, 서력기원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한강의 남쪽 지역에는 많은 나라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남부에는 포상팔국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8국의 이름은 다 전하지 않으나 『삼국사기』 물계자전(勿稽子傳)에 보이는 골포국, 칠포국, 고사포국, 그리고 『삼국유사』 권5 물계자전에 나오는 사물국, 고자국, 보라국(保羅國)등이 이에 속합니다.
그 중에 골포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골포국은 ‘골짜기에 자리잡은 나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골포국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창원분지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하구에 퇴적되어 범람이 잦아 비교적 넓은 갯벌을 형성하며, 창원분지 내에 100m 이내의 저구릉지가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옛날부터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골포국은 주변국과 교역을 벌이며 성장해 나갔는데 그 중 하나가 낙랑이었습니다. 경남지방에 자리 잡은 정치세력들은 골포국과 교역하며 그들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토지가 비옥하여 오곡 및 벼를 심기에 적합하다” 『삼국지』
변한에 대한 기록으로 이 문장을 미루어볼 때 골포국은 농업을 기반으로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땅이 기름지고 기후는 따뜻하며, [중략] 논이 약간 많다”는 조선시대의 기록이 있으며 가야시대에 해당하는 논 유적이 조사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6세기 대에 해당하는 수전(水田)이 조사되었으며 발굴 지역은 협소하지만 논바닥, 둑, 배수로 시설, 사람과 소의 발자국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나라에서는 철이 생산되어 한(韓)·예(濊)·왜(倭)가 모두 와서 사 간다. 시장에서의 모든 매매는 철로 이루어지는데 마치 중국에서 돈을 쓰는 것과 같다.’
변한의 대표자원은 바로 철입니다. 창원에서는 이와 관련된 유적지로 성산패총유적지가 있으며 철기 시대에 창원에서 이미 철을 생산하고 유통했다는 것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록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창원 도호부 토산조에 불모산에서 철이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성산패총은 1974년에 발견되었는데 당시 큰 화제를 뿌렸습니다. 국내 최대 기계공업 공단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그 원류격인 야철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했을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성산패총에서는 중국 한나라에서 주조된 오수전과 함께 왜계의 유물들이 출토되어 남해안을 따라 중국의 군현이나 왜와 교역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입품은 주로 의책·한경·칠기·유리제 장신구 등과 같은 신분과 부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을 것이고, 수출품은 철·포·생구(生口) 등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골포국이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포상팔국이 벌인 전쟁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상팔국은 해상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역권의 확보나 농경지 확보를 위하여 김해 지역 혹은 함안 지역과 전쟁을 벌였으나 신라의 지원으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따라 골포국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자 또 다른 가야의 나라로 변화해야 했습니다.
포상팔국 중 하나로 여겨지는 칠포국은 현재 함안군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함안군의 가야읍에는 안라국이 있었고 칠원지역에 칠포국으로 위치했다고 생각되고 있는데요. 정약용의 『강역고(疆域考)』 변진 별고(弁辰別考)에 포상팔국을 정의하면서 "칠포(漆浦)는 지금의 칠원"이라고 비정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포상팔국과 칠포가 포구라는 의미가 있어 바다에서 먼 칠원을 칠포국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만 고려 시대 귀산포(龜山浦)가 있던 현재 창원시 합포구 구산면이 칠원현 소속이었다는 점,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칠원 읍지(漆原邑誌)』의 칠원 토산품에 바다에서 나는 '대구·청어·소금' 등이 포함된 점, 마산만에서 13.5㎞나 떨어진 칠원면 유원리 조개더미에서 '참굴·대합' 등의 바닷조개 껍데기가 나오는 점 등은 칠원이 바다와 깊은 관련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즉, 당시 칠포국은 현재 칠원 지역을 근거지로 하였으며, 구산면 인근 해안 지역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칠원지역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광려천이 흐르고 있으며 천주산, 작대산, 무릉산 등이 창원과 경계를 이루고 서쪽으로는 함안분지와 접해 있어 화개산, 자양산, 안국산, 용화산 등이 경계를 이루고 있어 당시 칠포국이 존재했을 당시에는 이들 산을 경계로 함안분지의 정치집단들과 분리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옛날 기록들을 유추해 볼 때 칠포국은 농업생산력과 교역을 성장기반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변한의 나라들의 특성들로 이들 소국들은 중국 군현이나 인근 나라들과 교역했다고 합니다. 또한 칠포국은 낙동강변에 위치한 나라로 낙동강은 이른 시기부터 남해안을 통해 수입된 선진문물이 경남내륙지대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창원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되는 오수전을 비롯한 유물들은 그것을 말하는 것들이며 칠포국은 이 다호리와도 교역이 가능했으니 낙랑과 왜와 교역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동 지역에서 대규모 지석묘군이 발견되었고 이것을 통해 청동기 집단이 이 지역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출토된 비파형 동검, 관옥, 식옥(飾玉)같은 유물은 선진문화의 수용이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음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칠포국의 무역통로로 구산면 해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 곳은 칠원지역과 거리가 있지만 고려말부터 19세기말까지 칠원지역에 속한 지역으로 그 이전의 역사에서도 칠원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곳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칠포국이 참여하게 된 포상팔국전쟁으로 인해 쇠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함안의 아라가야에 편입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아라가야의 전형적인 토기 화염문투창고배가 칠원 오곡리 유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실 포상팔국은 그 위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연구자들은 고성에서 창원에 이르는 구간에 포상팔국이 위치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고사포국을 ‘변진 고자미동국’으로 보아 고사포국을 고성에 있던 것으로 보지만 고자국이 과연 고사포국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성에 사람들의 집단취락지나 무덤들이 없다는 것은 고성군 일대에 과연 소국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합니다. 골포국은 창원 외에도 마산으로도 보는데 『삼국유사』의 기록 때문인데요. 한편 진해에 조선시대에 경상우수영의 하나인 안골포가 있었으므로 진해에 골포국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물국은 사천에 있던 소국으로 합의하고 있으며 보라국은 마산으로 보는 의견이 있을 뿐,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칠포국에 대해서는 칠원으로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함안과 김해 사이에 있는 곳으로 포상팔국 전쟁당시 이곳은 끝까지 저항한 곳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함안에 안라국이 있었다는 기록 외에도 무덤유적과 더불어 가야읍이라는 지명이 안라국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지만 칠원에는 칠포국을 포함한 소국의 존재를 증명할만한 유적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기록도 없습니다. 한편 칠포국이 골포국, 고사포국과 함께 현재 울산의 갈화성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안라국은 칠포국의 군대가 칠원을 비우고 울산을 간 사이 이를 점령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은 과연 칠포국이 칠원에 있었느냐는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칠원에 칠포국이 있었다고 가정하려면 갈화성도 울산이 아닌 김해나 함안 인근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칠포국이 칠원이라고 하면 그저 ‘칠’자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만큼 칠포국을 다른 곳으로 유추할만한 유적, 유물, 사료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했습니다. 그리하여 칠포국으로 지목된 곳이 있으니 ‘왜적이 고성 칠포로 들어와 어민을 잡아가니 대장군 한희유를 보내 바닷길을 막고 길을 지켰다.’는 기록을 근거로 고성을 생각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그 외의 근거가 부족합니다. 이 외에 마산 진동에서 포상팔국 이전의 청동기유적이 발견되어서 칠포국의 중심지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지만 그럼에도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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