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가 알려주는 고구려인의 사상

2022. 7. 19. 21:26주먹도끼부터 알아가는 한국사/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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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악3호분의 벽에는 묘주의 초상화가 있고 천장은 모줄임천장으로 돼있다.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 전세계인의 축제 중의 하나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여러 한국의 문화요소들로 꽉 채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남북한이 한반도기 아래 공동 입장하기도 하였으며 외신들로부터 극적인 개막식이라는 평가를 얻어냈습니다. 여러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한 이 스포츠 대회의 개막식에서도 여러 이야기 거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람의 얼굴을 한 새 바로 인면조였습니다. 무용수들과 함께 등장한 인면조는 그 난해한 모습으로 인해 국내팬들의 반응은 엇갈렸으며 해외외신에서도 보도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제가 된 인면조는 백제와 신라의 문화재에도 발견되고 조선후기 민화 그리고 덕흥리 고분, 삼실총, 무용총 등의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데요.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에서 착안하여 만들었다고 언론에서 전한 이 인면조는 보통 장수와 불사를 의미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서 강원도의 다섯 아이를 과거로 이끄는 고구려 고분 벽화 속 또다른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신도에 등장하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입니다. 이렇듯 평창동계올림픽에 등장하는 사신과 인면조는 고구려 벽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주며 당시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옛날 고구려 사람들이 고분 벽화에 사신과 인면조만 그려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고구려 고분 벽화의 여러 작품들, 그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덕흥리 고분은 묘주의 초상화가 나타나는 몇 개 되지 않는 고분으로 앞칸의 북벽과 널방의 북벽에 묘주의 초상화가 각각 좌상(앉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고구려 사람들은 고분을 제작하면서 고분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사진이 없었으니 그림으로 무덤의 주인을 표현했을 텐데요. 비단 그들의 얼굴생김새 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는 여러 사람들, 그리고 생활모습을 그려넣어 살아 있었을 당시 무덤의 주인의 위세를 그려넣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지상에서도 누린 부귀영화를 저 세상에서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분을 제작하며 벽화를 그려넣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덕흥리 고분벽화에는 그 주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 눈에도 가장 두드러져 보이며 주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뒤편에 그려진 남녀시종들에 비해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높은 신분을 나타내는 백라관을 쓰고 있으며 한손에는 부채를 들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고구려인들이 입식생활을 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덕흥리 벽화에는 ‘유주자사 진’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어 무덤 주인의 직책과 이름도 후대에 알리고 있습니다. 
고구려인들은 고분에 자신들의 사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안악 3호분에 들어가면 시신을 모시는 널방이 나오는데 이 널방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동양의 천원지방사상이 투영된 것입니다. 그리고 천장에는 고구려인들의 사상이 나타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용총의 천장 벽화에는 해와 달, 별자리, 붉은 태양 안의 삼족오, 보름달 안에는 두꺼비 등이 표현되어 있으며 북두칠성을 포함한 28개의 별자리는 동그란 별들을 선으로 이어서 표현하였습니다. 덕화리 1호분 천장의 경우 천장 고임돌을 팔각형으로 쌓아올렸으며 육각형의 무늬에는 고구려인이 생각한 하늘이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사후세계를 표현한 고분의 천장에는 새싹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어 죽음을 또다른 시작으로 보았던 고구려인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으며 만물의 근원인 빛은 연꽃모양으로 형상화되었습니다. 쌍영총에서는 연꽃무늬는 중앙에 위치하였는데 부활에 대한 믿음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구름을 그려 넣어 천상의 세계를 나타냈으며 구름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표현되어 쉬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었습니다. 그 중에는 넝쿨모습으로 표현된 구름도 있는데 인간의 영혼이 새 생명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고구려인의 바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신비의 존재도 있는데 그 중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등장한 사신도와 인면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하늘을 나는 말과 물고기, 특이한 모습의 새, 악기를 연주를 기악천인들과 인류문명과 관련된 여러 신들이 표현되었습니다. 그 중 사신도는 고구려 벽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신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현무도

“한 걸음씩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연도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광선에 비친 이 회화문양을 볼 때는, 누구라도 그 장려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세키노 다다시-
“고구려의 사신도,,, 고대 동아시아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것 가운데서도 최고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를 세계에 알린 것은 일본인학자 세키노 다다시와 독일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였습니다. 두 학자에게 깊은 감명을 준 사신도는 어떤 것일까요. 동양에서는 28개의 별자리를 믿었고 각 방위바다 일곱 개의 별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별자리를 대표하는 수호동물이 사신으로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그것입니다. 고구려초기벽화에서의 사신은 그 크기가 작았지만 후기로 오면서 크기도 커지고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약수리고분에서는 천상과 지상의 경계에 사신이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거북이와 뱀이 섞인 듯한 인상의 강서대묘의 현무와 진파리 1호분에서는 바람에 일렁이는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청룡의 모습은 현대인들에게도 고구려인의 역동적인 회화모습을 알리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구려후기의 고분에서는 황룡이 등장하였으며 사신을 거느린 이 황룡은 하늘의 중심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사신도는 천문과 음양오행을 숭상했던 고구려인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한 결과였으며 예술적으로 큰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 벽화에 그려져 있는 서역인

고구려인들은 현생의 삶이 사후세계에도 연결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묘 안에는 사후세계 뿐만 아니라 생전의 행복한 모습을 그렸고 그리고 다음 세상에도 이러한 모습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았습니다. 예를 들어 안악3호분에는 묘의 주인과 그 부인이 그려졌으며 인물크기에 따라 인물의 중요도를 반영하였습니다. 그리고 묘의 주인이 누렸던 화려한 생활을 벽에 그리기도 했으며 웅장한 행차모습, 갑옷무사의 모습과 전투장면 등이 묘사되었습니다. 그리고 벽화 곳곳에는 장례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행렬모습으로 나타내었으며 역시 그 그림에서도 사람의 중요도에 따라 크기를 달리 그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망자를 애도하면서 새로운 삶을 기원하는 의식도 행해졌는데 풍악을 울려 망자를 떠나보냈으며 이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표현되어 잘 알려진 벽화가 바로 무용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무용총의 장면은 장례의식 중 하나인 것입니다. 그리고 무용총의 벽화 중에는 수렵도가 있는데 이는 일상 사냥 모습이라기보다는 제사용 희생물을 잡는 의식으로 수렵도는 고구려 고분마다 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씨름이나 수박희등 힘겨루기도 그려 넣었으며 단순히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각저총에는 커다란 나무 아래 씨름하는 두 사내가 있는데 그 중 왼쪽 사람은 서역인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당시 고구려가 서역과 교류가 활발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벽화 속 서역인은 하늘을 떠받치거나 사후세계를 지키는 수호자로 나오는데 이들과의 씨름은 사후세계로 가는 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처럼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고구려인의 생각, 그리고 고구려인들이 모셨던 신과 사상을 담은 고구려의 고분 벽화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 고대 한국사의 모습을 생생히 알려주는 역사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직접 볼 수 없는 고구려 고분벽화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고분벽화의 신비로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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